<단편> [잘못된 사랑] Dis-chosen Love

2007. 2. 6. 19:43Txt/단편

 

[잘못된 사랑] Dis-chosen Love


□succubus [sʌkjubəs] n.(pl-bi[bai])

  1.(잠자는 남자와 정을 통한다는) 여자 마귀 (cf.Incubus)

  2.악령(惡靈)   3.매춘부


“당장 내 눈앞에서 사라져!”


나는 그녀를 밀치며 외쳤다.  시각은 오후 11시 공원 시계가 그렇게 가리키니 맞겠지 뭐..

나는 지금 한 여자를 내 곁에서 떨어뜨리려고 한다. 한마디로 지겨워진 이 여자를 차려는 것이다.


“왜 그래요, 응철씨! 저는 이해 할 수 없어요. 갑자기 무슨 일이에요..아니.아니..제가 무슨 잘못을 저지른 거죠? 말해주세요..잘못했어요..그러니까..”


아~ 정말 귀찮은 여자다. 왜 이렇게 거머리처럼 들러붙는 거야..

이 여자의 이름은 권미정.  내가 군대 가기 전부터 사귄 여자다. 워낙 순진한 애라서 금방 친하게 되었고 남들은 다 겪는다는 고무신 거꾸로 신는 일도 당하지 않았는데..그건 참 괜찮다고 생각했는데..떼어내기는 왜 이렇게 힘드냐..젠장..

지금 나에게는 이 여자보다 100배는 낫다고 생각되는 여자가 생겼다 질투가 많긴 하지만 훨씬 예쁘고 게다가 부잣집 따님이다. 사실 용돈도 모자라서 곤란했는데 잘 되었지 뭐야..후후.

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 공원에서 빠져나갈 생각이었는데.


“응철씨, 잠깐만...”


그녀가 또 붙든다..으아 정말..


“끝났다고 했잖아! 읏..”


나는 뒤돌아보며 말했다. 그런데..


-쵹-


읍..이게 뭐야..하여튼 그녀의 난데없는 키스를 당하고 말았다. 뭐, 헤어지는 마당에 이 정도야 괜찮겠지.. 그녀는 키스를 한 후 내 원대로 나와 헤어졌다. 그리고 나는 행복한 새 인생을 시작했고 말이야..

새로 생긴 여친의 이름은 송민정. 왠지 저의 그 애와 이름이 비슷한 것 같지만..패~스 몸도 쭉쭉빵빵이고 하여튼 캡이니까!

그녀와 사귄 지 3일쯤 되었을까. 그러니까 미정이랑 헤어진지 4일 되는 날. 나는 잠이 몰려오는 눈을 비비며 아침 뉴스를 봤다. 근데 내가 보기엔 너무나도..어쨌든 뭔가 설명하기가 힘들다..하여튼 지금 TV에 나오고있는 지역 방송 뉴스의 내용을 간단히 줄여 말한다면..

미정이가 자살한 것이었다. 카메라가 아무리 어려운 앵글로 그 집을 비추어주고 있지만 예전에 몇 번 가고 거의 살다시피 한 그녀의 집을 내가 모를 리가 없다. 보도에 의하면 약에 의한 자살이란다..쩝..뭐 하지만 이제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인데 뭐..제길..갑자기 그때 키스한 일은 왜 갑자기 생각나는 거지?  재, 재수없어..지금 나에겐 그 애 보단 훨씬 잘난 민정이가 있는데 뭐.


그녀에 대해 더 설명한다면 나와 같이 알고지내는 형의 동생이다. 그 형과는 대학 생활 때부터 같이 자취해 오던 분(?)이고 사실 미정이와 헤어지게 하고 민정이를 만나게 된 건 그형의 공로가 컸다. 지금도 그 형의 말이 생각나네.


“야, 그 순진덩어리에 가진 것도 없는 그 여자는 차 버리고 내 동생이나 가져가 임마! 걔, 엄마가 엄청 아껴서 용돈은 엄청나다구..”


그 형과 나는 죽이 참 잘 맞는단 말야..근데 여전히 기분이 더럽다. 에이, 다른 남자 만나서 살 일이지 내가 뭐가 아쉽다고 자살이냐..자살이..쳇! 기분전환이라도 할겸. 민정이에게 가볼까?

나는 가죽 점퍼에 청바지를 대충 입고, 형에게 집에서 좀 기다리고있으라고 한 후에 집을 나섰다. 민정이는 자기 집에서 살지 않고 집을 하나 얻어 혼자 살고 있다. 고것 참 돈 많은 것은 거기서 티를 낸단 말이야..그러나 매일 혼자 살고 있는 건 아니다. 요즘은 내가 자주가서 자곤 하니까. 전화부터 하고 갈걸 그랬나..아니쥐..걔는 나 말고는 만날 남자가 없으니..그냥 가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다보니 벌써 그녀의 짐. 그녀의 집은 우리 집과 그리 멀지 않다. 걸어서 한 10분 정도 걸리나..혼자 살면서 집은 참 으리으리하다..


-딩동-


즐거운 마음으로 그녀의 발걸음 소리를 기다렸다. 하나, 둘, 셋..엉? 얘가 어디 간거야? 그럴 리가 없는데..어디 갈 때는 꼭 쪽지라도 남기고 가는데..


-딩동, 딩동, 디이잉동-


몇 번이나 초인종을 눌러도 반응이 없어서 나는 무심코 문을 밀었는데 어라. 열려 있잖아..이론..날 기다리고 일부러 장난치고 있었던 거잖아..기다려랏!

집안이 너무나도 쥐죽은듯이 조용했지만 나는 그런 것엔 아랑곳하지 않았다. 별거 아니겠지..


-비이꺽-


“헉!”


나는 그녀의 방, 방안의 광경에 몸이 얼어붙는 듯한 공포를 느꼈다. 그녀는 자신의 침대에 옷이 찢어지고 벗겨진 체로...몸이 바짝 말라버린 미라상태로 되어있었다. 옷이 아니었으면 민정이라는 것도 못 알아 볼뻔 했다. 두려웠다. 이건 뭐야..도대체!


“으아아아!”


나는 비명을 지르며 그 집을 뛰쳐 나왔다. 경찰? 119?그런 것들을 부를 생각도 없었다. 나는 그저 내가 보았던 괴기현상이 꿈이길 바라며 발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뛰어 집에 도착했다.


-쾅,쾅,쾅-


나는 정신없이 문을 두들겼다. 빨리 집에 들어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싶은 생각 밖에 없었다.


“형! 뭐하는 거야! 문 빨리 열..?”


-삐이이꺽-


문은 열려 있었다. 미리 열어놓았단 말인가? 그건 어쨌든 좋아. 나는 급히 형이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형! ?...이..!”


그..그런데 이게 뭐야..아까와 똑같았다. 다만..다른 점은 옷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 웃고 있었다는 것 뿐. 죽으면서 웃어? 미쳤어!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나는 여기도 안되겠다 싶어서 방에서 나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런데 누군가 나를 꼬옥 끌어안는 것이 아닌가..누..구지?


“!..”


아..아름다워..이 여잔 도대체 누구..그녀의 아름답고 매혹적인 손길, 미소에 나는 서서히 셔츠 단추를 끄르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녀에게 서서히 정복당하고있었다. 방금 전까지의 공포? 그런 게 다 뭐지?.. 그리고 그녀의 달콤한 키스..?! 이 느낌은 ..설마!

그 느낌은 내 입술에서 좀처럼 떠나지 않던 그녀의 느낌이었다. 그 생각을 하자마자, 나를 서서히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던 그녀의 손길이 멈추었다. 잠시...슬픈 얼굴이었다.

슬픈 얼굴..아..이런..이럴 수가..그녀의 얼굴이라니..그 여자는 다시 나의 몸을 깊고 깊은 쾌락의 나락으로 끌고 갔고 나의 몸에 힘이 점점 빠져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나의 의식도..

그래 나는 미정을 이 여자가 나에게 하는 것처럼 그냥 갖고 놀았던 거야..나의 사랑의 행위가 처음부터 잘못된 거였다면...


아..내일 이 방에는 말라빠진 시체 두 구가 뒹굴고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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